우리나라의 모든 대기업이 온실에 있지는 않다. 그래도 분명 기업활동이 아닌 지독하게 음습한 짓으로 독과점을 유지하는 기업은 상당히 있다. 어느새 한국 기업은 크거나 작거나 할 것 없이 사회적 책임을 규제로만 여기며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면 땡깡으로 치부해 왔다. 이러한 시각을 당장에 고치자는 얘기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저금리 시대를 겪은 지 오랜 나라에서 저성장 국면까지 맞아, 어떻게든 투자를 통해 활로를 찾고자 한다면 투자자 관점으로 기업을 보는 게 좋겠다. 대한민국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게 그렇게 대단히 부담스러운 수준이 못 된다. 애초에 중소기업에는 별다른 사회적 책임을 기대하지 않는다. 얼마 안 되는 부유한 대기업 정도만이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와 요구를 받는다. 대개 지역사회에 대한 ..
불평등 심화로 인해 우리 사회의 구매력 자체가 쇠약해졌음을 인정하고, 사회구성원이 기본적인 의식주는 보장 받도록 시스템을 보완해야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유지할 거라 본다. 사회구성원 대다수의 소득이 꾸준히 올라간 물가를 쫓아가지 못한 만큼, 소유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밀려나는 중이다. 아무리 신기술로 치장해도 변화의 상당부분은 사람들이 가난해져서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한다.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싸지만 마트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가격과 함께 서비스를 중요한 선택기준으로 두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백화점과 마트 모두에서 파는 물건을 비쌀 수 밖에 없는 백화점에서 사는 이유는 백화점만 가능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백화점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 같은 계열의 아울렛 매출을 제..
서울역 7017 홈페이지 http://seoullo7017.seoul.go.kr/ 서울역 고가 노후에 따른 종합발전계획 홍보 2015년 11월 29일 서울역 고가의 차량 출입을 금지하면서 며칠 동안 주변 출근길은 정말 혼잡했다. 당장 불편을 겪는 사람들의 불만과 박원순 시장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우회 도로가 있다고 해도 꽤 멀리 돌아가는 길이며, 서울역 고가를 도시재생 보행친화에 입각해 발전하겠다는 계획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서울역 7017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여전히 불만이 폭주한다. 서울시가 발표한 종합발전계획은 쉽사리 이해하지 못했지만 차량 통제 자체는 동감하며 보행자 공원 역시 찬성한다.[각주:1] 상판만 보강하면 된다는 억지를 쓰는 사람도 봤는데[각주:2] 조선일보 같은 매..
내가 어렸을 적에는 '공처가'라는 어휘가 흔하게 쓰였다. TV 방송에도 코미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오로지 공처가라서 일찍 들어가고 밥 짓고 설겆이 하고 애를 업고 빨래하며 청소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는 시절이었다. 친구나 동료의 놀림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2015년 현재에도 여성 인권이 무참할 때가 태반인데, 내가 어렸을 적인 팔구십년대는 다들 미쳐 돌아가던 시대였다. 그 시대가 얼마나 정신 나간 시대였냐 하면, 부인 기를 죽여야 결혼생활이 편하다며, 주변 남자들이 새신랑에게 아내가 잘 때 몰래 물을 뿌려 오줌을 싼 걸로 착각하게 하여 협박의 꼬투리를 잡으라는 소재가 TV 프로그램에 자주 나왔다. 눈이 시퍼렇게 멍든 아줌마 서넛이 나와서 푼수짓을 하다 남편에게 눈두..
D.P 개의 날 http://www.lezhin.com/comic/dp데뷔 첫해 2014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한 의 김보통 작가의 신작! 대한민국 국군 900명당 1명 꼴로 매달 60명이 탈영병이 발생한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그들을 잡으러 간다. 나는 D.P다. 돌이켜 보니, 일반 직장사회로 치면 대리도 못 되는 것들이 기고만장하여 병장이니 왕고니 하며 어르신 흉내를 낸 셈이다. 폐쇄사회 안에서 제정신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 이십 대에 스스로를 카리스마 보스 따위로 착각하기는 쉽다. 다만, 그 착각을 흑역사로 부끄러워 하는지 전성기로 자랑스러워 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군대 왕고 때에 후임들이 꺼뻑 죽던 시절을 전성기로 여기기보다는 다른 쪽에서 새로 왕년의 자랑거리를 만드는 게 낫다..
상황을 가정하자. 남자 하나가 여자 하나를 강간하기 직전이다.남자는 여자에게 위력을 과시했다.여자가 판단하기로, 타인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자는 남자의 물리력을 이기지 못한다고 판단했다.여자는 자력으로 남자에게서 도망가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여자는 반항하면 남자가 더 큰 위력으로 자신에게 큰 부상을 입힐 거라고 판단했다.여자는 남자에게 콘돔을 써 줄 것을 요청했고 남자는 순순히 콘돔을 착용했다.남자는 의도한 행위를 끝내고 자리를 떠났다. 남자의 행위 이후, 여자가 옷을 다시 입었을 때에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피해는 없었다. 여자는 강간을 당했는가? 당신의 판단은? 1번에서 3번은 사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정일 수 있다. 4번과 5번만이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이다. 여자는 강간을 당했는가? ..
낙서장 | 2007-07-25 02:55 "이게 군대냐? 기숙사냐?" 제가 군복무를 할 때도 이런 얘기가 흔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들리는 얘기겠지요. 군기라는 게 빠졌다고 생각한 선임자가 많이 쓰는 표현입니다. 임무수행 능력의 미달 때문에 썼다면 수긍할 만합니다만 제 기억에는 군인 본연의 의무와는 무관하게 상하관계가 불분명하다고 선임자들이 느꼈을 때 썼던 때가 많았습니다. 뭉뚱그려 상하관계라고 얘기했는데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얼마나 막장인지 쉽게 상상하기 힘들 겁니다. 제대하고 '파리대왕'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군대 내무반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군대, 특히 내무반이라는 폐쇄 사회, 아니 오지에 갇혀 사람들이 망가지는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GP에 갇혔다면 몰라도 보통 부..
낙서장 | 2007-08-03 18:34 기독교인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건 부당한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왜 이리 기독교가 미움 받고 있는지 기독교인이라면 생각해 봐야 할 일이 아닐까요. 기독교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단지 기독교의 진면목을 몰라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리어 기독교를 접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기독교를 접해 본 사람들 중에서 기독교 안티가 많을 겁니다. '기브 미 쪼코렛' 시절을 벗어나지 못한 한국 교회 특유의 교리에 따라 불신자는 지옥으로 간다고 천명하니 사실 인식개선의 여지가 별로 없긴 합니다. 그러나 사랑 받는 기독교로 거듭나겠다 마음 먹는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지금처럼 기독교 커뮤니티 안에서만 신자끼리 정답고, 커뮤니티 밖을 향해서는 불신자들이 죄다 지옥 갈거..
위 영상의 영문 자장가를 번역해 보았다. 딸래미에게는 많이 불러준 노래다. 기독교적 색채를 의도적으로 빼지는 않았는데 자장가에 어울리도록 의역을 많이 했다. 천사님이 지켜준대요 낮이나 밤이나 천사님이 지켜준대요.낮이나 밤이나 천사님이 지켜준대요. 해님이 서산으로 진대도천사님이 지켜준대요.우리 애기, 푹 자요.천사님이 지켜준대요. 낮이나 밤이나 천사님이 지켜준대요.낮이나 밤이나 천사님이 지켜준대요. 이제는 잠자리에 들 시간.천사님이 지켜준대요.하느님의 은혜 아래천사님이 지켜준대요. 낮이나 밤이나 천사님이 지켜준대요.낮이나 밤이나 천사님이 지켜준대요. Angels watching over me All night, all day. Angels watching over me, my Lord. All night,..
낙서장 | 2008-08-05 03:20 하늘마을의 사랑 - 임나라/대교출판 절판된 동화집입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실정으로는 흔하지 않게 4쇄까지 나온 터라 이 분야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본 적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건너 건너 아는 사람에게는 '표지가 이쁜 책'이라고 듣기도 했습니다. 저와 인연이 매우 깊은 이 책을 처음 읽은지는 꽤 오래 됐습니다만 조금씩이나마 다시 읽을 때마다 느낌이 새롭네요. 아무래도 부모가 되어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전에는 아픈 주인공이 집에 혼자 있는 내용이 나오면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제는 그런 자식을 집에 남겨 두고 나가야 하는 부모의 심정이 읽힙니다. 그러고 보니 동화는 생각보다 현실적입니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각박한 현실이 동화 속에서 동화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오..
낙서장 | 2008-02-11 03:34 신자유주의시대의 사회상이 궁금하시다면 카오루 모리의 를 권해 드립니다. 엠마 Emma 8 - 카오루 모리 지음/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는 산업혁명시대의 메이드와 상류층 남자 간 사랑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의 본편과 작가의 후기에서 언급하듯이 이 시대에는 메이드와 상류층의 사랑 이야기가 인기있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TV 드라마 등의 매체에서 재벌과 서민의 사랑 이야기를 자주 다루는 것과 같은 맥락이겠지요. TV 드라마 시청 시, 머리에 쥐가 나는 증상을 보이는 저조차도 는 참 볼 만한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남녀상열지사라는 주된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당시의 시대상을 담담하게 보여주지요. 게다가 산업혁명시대의 참혹한 일면을 선동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절대 ..
낙서장 | 2008-02-03 14:27 라는 TV 프로가 여전히 인기다. 초창기 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 간혹 스타(?)가 나오면 어느 정도 사회적 화두가 되는 듯 하다. 물론 부모 사이에서. 어쨌든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이긴 하지만 프로그램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결국 라고 봐야 한다. 이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느낀 게 있다. 내가 바로 그런 달라져야 할 부모가 될 가능성이 너무 농후하다는 것이다. 딸래미 표정이 시무룩하면 뭐가 잘못 됐나 싶어 화들짝 놀라 얼른 안고 표정 헤아리기 바쁘다. 베이비 위스퍼 골드 - 트레이시 호그.멜린다 블로우 지음, 노혜숙 옮김, 김수연 감수/세종서적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베이비 위스퍼를 보고 '자, SLOW..
낙서장 | 2007-08-09 18:51 작성 / 2011-05-17 보완 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스티브 도나휴 지음, 고상숙 옮김/김영사 책을 읽은 지는 좀 오래 됐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적습니다. 갑자기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거든요. 좀 충격이었어요. '내가 뭘 하는 중이었지?' '지난 몇 달 동안 뭐 했지?' 그런 생각을 30분쯤 하는데 문득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 옆에 두었으면서도 다시 볼 생각을 못 했었네요. 이 책을 단순히 보면 사하라 사막을 건넌 기행문이지만 지은이는 컨설턴트로서 사람들에게 인생을 잘 살기 위한 도움말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무언가를 극복하기 위한, 지은이의 말에 따르면 산을 오르기와 같이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론은 많이 ..
사형제도의 옳고 그름은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에는 사형 당해서는 안 될 사람이 사형 당한 경우, 사형 당해도 좋을 사람이 사형 당하지 않는 경우가 모두 존재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습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일 정당한 권리는 오직 하나, 정당방위 뿐입니다. 물론 곁가지 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만 일단 그렇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정당방위로서의 사형의 범위는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개선의 여지가 없다 정도일까요? 이 방법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출소한 사이코패스가 재차 범죄를 저지를 경우 다시 잡을 때까지 수많은 인명이 살상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무조건 사형시키는 건 부작용이 크다고 봅니다. 우선 사이코패스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1975년 인혁당재건위 사건처럼 사법..
시크릿 론다 번 지음, 김우열 옮김/살림BIZ 이 책을 번역한 김우열님의 블로그를 평소에 보고 있어서 알게 됐는데 책을 보자마자 뭐야 이건 싶었습니다. 무슨 옛날 비전을 보는 느낌을 주려고 했는지 페이지 전체에 낡은 종이 배경이 인쇄됐기 때문입니다. 책 내용을 간략화 한 20여분짜리 동영상도 보았는데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되돌아 보게 됐습니다. 더불어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각오를 했고요. 머리로는 대충 알겠어도 실제로 저 비밀을 실행하려면 보통 의지가 아니면 힘들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 책 이전에 '끌어당김의 법칙'을 설파한 사람들이 꽤 많았지만 여전히 비밀로서 남아있겠지요. 한 번 읽어서는 속뜻을 모두 알기 힘들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더군요. 미래를 위해 현재를 긍정적인 ..
피셔프라이스 클래식아기체육관 / 누르시면 '알라딘'의 상품 자세히 보기 화면으로 갑니다. 1단계 피셔-프라이스 사의 클래식 아기 체육관입니다. 꽤 많이 팔렸다기에 그리고 무난한 것 같아서 저도 샀습니다. 대상 연령은 신생아 이상이라고 되어 있지만 처음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더군요. 그래도 만의 하나를 기대하며 종종 꺼내주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만지고 놀기 시작합니다. 경이롭지요. 지금은 2단계 상태로 놓아주었는데 열심히 잘 놉니다. 꺼내주면 바로 기어와서 이걸 짚고 일어서고는 피아노 버튼을 음악이 끊어질세라 연신 눌러댑니다. 사실 '클래식 아기 체육관'이라는 이름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조립을 해놓고 보니 영락 없는 아기용 피아노였거든요. 체육관이라는 이름이 뜬금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웬걸요. 아기들이 ..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은행나무 우선 잘 읽히는 책입니다. 더 두꺼웠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사실 인물들은 그렇게 매력 있다거나 사랑스럽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주변에서 직접 보지는 못해도(1) 낯설지는 않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일본 만화를 좀 보셨던 분들이라면 그다지 생소하지 않은 꽤나 '전형적인 캐릭터'들입니다. 일본은 소설에까지 이런 인물을 등장시켜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놀랐습니다. 만약 강박 같은 괴로움에 지친 현대인을 세심하고 헌신적인 정신과 의사가 카운셀링하여 갱생시키는 내용을 기대하신다면 이 책을 읽으셔서는 안 됩니다. 이 '공중그네'의 의사 '이라부'는 자기가 즐거운 일이라면 무슨 수를 쓰든 하고 마는 무신경하고 자기중심적인 인간입니다.(2..
무화과 나무집 - 임나라 지음, 노성진 그림/나무 *** 이야기 16편 도서출판나무에서 펴냈습니다. 사회교육센터에 근무했던 저자가 결손 가정 어린이들을 만나오면서 경험했던 일들을 동화로 엮었습니다. 부모의 이혼, 경제적 어려움, 장애 등으로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고아원 ‘무화과나무집’에 맡겨진 아이들의 이야기 16편을 담았으며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이 느껴지는 이야기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온북TV (http://onbook.tv/bbs/board.php?bo_table=newbook&wr_id=2080) *** 책 설명을 보면 뭔가 절절한 듯 한데 읽어 보니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 냈어요. 당연하겠죠? 일상이니까요. 불쌍하게도 애잔하게도 볼 필요는 없어요. 그냥 이웃의 모습이니까요. 그렇긴 해도 '아..
루루의 양말 - 세나 게이코 지음, 김난주 옮김/비룡소 세나 게이코 씨는 아이들의 마음을 정말 잘 압니다. 이제까지 세나 게이코 씨의 동화들은 모두 딸래미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자기 전에 자주 찾았어요. '루루의 양말' 이야기의 교훈을 굳이 언급하자면 물건을 아무 곳에나 놓지 말자 정도일 텐데요. 공자님 말씀처럼 아이에게 정리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정리해야 한다는 판단을 스스로 하도록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물론 저 같은 조급한 부모는 "거 봐! 양말을 아무 데나 두니까 잃어 버렸지!" 하며 교훈 습득을 강요하곤 해요. ^^ 그럴 때면 딸래미는 씩 웃어 넘깁니다. 역효과죠.
삼성을 생각한다 - 김용철 지음/사회평론 라는 책을 읽었다고 얘기하면 대체로 극과 극의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대단히 의식 있는 사람으로 보든가 무책임한 빨갱이로 볼 것이다. 실은 나쁘게 보는 사람들이 더욱 다양한 얘기를 한다.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든가 철이 없다든가 네 나이 때는 그래도 된다라든가. 실제로 직접 아는 사람들에게서 김용철이 배신자라거나 의인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그런데 굳이 그런 정의를 내릴 이유가 있을까? 김용철이라는 사람을 그러한 기준을 들어 대단하게 보지는 않았으면 한다. 선의로써 김용철이라는 개인의 소소한 행복을 위해서라도 그러길 바란다. 누군가들에게는 감히 삼성을 배신한 용서 받지 못할 빨갱이이겠지만 말이다. 애초에 이 책은 회고록이므로 저자의 시각을 염두에 ..
유령과 싸우는 그리스 시민의 비애 [Cover StoryⅡ]금융 변종플루 습격 http://www.economyinsigh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 대체 어디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을까? 조상 덕을 톡톡이 봐 온 관광 산업만 제대로 가꿔 왔어도 이 지경은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시민들마저 교통수칙을 어기고 불법적인 수단으로 보조금을 타내며 세금 내기를 정말 아까워 하니 나라가 망할 만도 하다. 하지만 이런 건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정부나 대기업 정도의 규모의 부정부패라야 나라를 망하게 하지 개인의 소소한 부정은 모아 놔 봐야 질적인 면에서 치명타가 되지 못해 왔다. 다만 생존을 목적으로 한, 처벌을 피할 힘이 없어서라도 스스로 착하게 굴어야 할 개인의 도..
지식의 미술관 - 이주헌 지음/아트북스 활자에만 익숙한 이들이 그림이나 다른 미술을 접하고 싶을 때 읽으면 딱 좋을 책입니다. 친절한 선배가 이 그림은 그냥 그림이 아니라며 세세히 설명해 주고 차분히 감상해 보라고 격려해 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에는 예상보다 글이 많아 그림 보기 전에 머리를 너무 무겁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만 중반 이후에는 걱정을 놓았습니다. 애초에 책에서 언급하는 정도 이상의 메시지가 그림이나 다른 미술 작품에 녹아 있음을 절감하게 됐기에 이 만치 먼저 애기를 들어도 김이 새지는 않을 걸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미술 작품 또한 다른 예술 작품, 특히 책처럼 한두 번 읽어 끝내지 않고 곱씹어 봐야 할 존재인가 봅니다. 한눈에 들어 오는 그림이..
중학생 시절 PC통신 BBS 어딘가에서 ROL 파일로 된 'Princess Maker BGM' (1) (2)를 받은 적이 있다. 꽤나 마음에 들었던 음악이라 사운드 카드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MID 파일로 듣고 싶었는데 Princess Maker 전 시리즈를 탈탈 뒤져 봐도 그 음악은 없었다. 그렇게 한 동안 잊고 살다 별 생각 없이 정보검색사 자격증을 따 본 후 이 노래를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죽어라 찾았는데 실패했다. 몇 년이 지나 인터넷 상에 보편적인 자료가 좀 더 많아졌기에 다시 한 번 찾았지만 프린세스 메이커 게임 관련한 음악 중에는 없었다. 그 후로도 몇 차례 포기하지 않고 찾아 봤지만 실패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차에, 아, 글쎄! 윤하가 이 음악 중 하나를 부르는 것이다! DIAMONDS..
100층짜리 집 - 이와이 도시오 지음, 김숙 옮김/북뱅크 숫자 공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덥석 샀습니다. 너무 속보이는 책 아닐까 싶어서 괜스레 애 보기 민망했던지라 숫자보다는 10층마다 새롭게 나오는 동물이나 곤충들이 사는 모습을 가리키며 몇 차례 봤더니 혼자서도 재미 있게 보네요. 언젠가부터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무슨 얘기들을 나누고 왔는지 열심히 숫자를 세며 넘겨 나갔어요. 오히려 세심한 그림들을 놓치고 숫자에만 집중할까 염려스러울 지경입니다. 어른이 봐도 재미 있는 구석이 있어서 처음에 부담만 주지 않으면 아이들과 더불어 즐겁게 읽을 만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