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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삼성을 생각한다

wizmusa 2011. 4. 25. 23:35
삼성을 생각한다 - 10점
김용철 지음/사회평론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읽었다고 얘기하면 대체로 극과 극의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대단히 의식 있는 사람으로 보든가 무책임한 빨갱이로 볼 것이다. 실은 나쁘게 보는 사람들이 더욱 다양한 얘기를 한다.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든가 철이 없다든가 네 나이 때는 그래도 된다라든가. 실제로 직접 아는 사람들에게서 김용철이 배신자라거나 의인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그런데 굳이 그런 정의를 내릴 이유가 있을까? 김용철이라는 사람을 그러한 기준을 들어 대단하게 보지는 않았으면 한다. 선의로써 김용철이라는 개인의 소소한 행복을 위해서라도 그러길 바란다. 누군가들에게는 감히 삼성을 배신한 용서 받지 못할 빨갱이이겠지만 말이다.

 애초에 이 책은 회고록이므로 저자의 시각을 염두에 두면서 읽는 게 타당하다. 애는 썼겠지만 오류가 많겠고 저자 스스로도 들은 얘기라 밝힌 소재가 많다. 물론 삼성 이씨 일가의 범죄가 소위 선진국 기준으로는 도저히 두둔해 주기 힘든 지경이라, 이들을 방어해 주고픈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이쁘게 보이지 않겠다. 이 책에 따르면, 삼성 이씨 일가는 삼성전자를 뜯어 먹는 기생충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책 표지에 발췌한 본문의 내용에 잘 요약됐다.

2009년 1월 16일 발표된 삼성 사장단 인사안은 삼성 조직의 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비리에 가담해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에게 큰 보상이 돌아갔다. 반면, 삼성을 지금처럼 키우는 데 기여한 이들은 밀려났다. 12년 전 삼성에 입사하던 당시, 내가 기대한 삼성의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다. 낡은 관행을 아직 벗어나지 못한 법조계와 달리, '글로벌스탠더드'가 적용되는 조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사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운용되는 조직에서 경영 업무를 배우고 싶다는 게 내 바람이었다.


 다 읽고 보니, 사회 비평적인 면을 빼고도 흥미 위주로 읽을 만한 재미가 있다는 점이 참 특이하게 느껴졌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재벌가, 특히 삼성 이씨 일가의 좋게 말해 독특한 생활상은 진짜 재벌 3세와 지내 본 사람의 생생한 증언이라 참으로 볼 만했다. 저자는 비웃음을 유도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는 사회적으로 성공했던 누군가의 반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모로 병든 2011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잘못을 공개적으로 반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김용철은 삼성은 잘못했지만 자신은 무고하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삼성에서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회고록 치고 저자가 이 정도로 변명 아닌 반성을 했던 책은 흔하지 않은 걸로 안다.

 그래도 이 책이 서점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두고 대한민국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해야 할까? 일단 김용철은 희망이 아닌 의지를 이야기한다.
 "나는 삼성 재판을 본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두렵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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