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최은영 / 문학동네 / 2021-07-27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781066 소설은 일제강점기로 시작하여 3대에 걸친 모녀의 이야기입니다. 남편이라는 족속들이 유니콘 하나를 빼면 빌런으로만 나오므로, 여성혐오에 맞서는 주제로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보통 한 권 분량에서 3대가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내다 보니 별 수 없는 선택과 집중이 아닐까 합니다. 세상에 흔한 시련인 건 분명 사실이기도 합니다. 방송 중에 남편 바람이 떠올라 담배를 피워 물던 그 시절. 제 소견으로 뭉뚱그려 요약하면 어떻게든 정을 주고 삶을 살아내던 사람들이 갈등했다가 화해하며 다행스럽게도 재회하는 내용입니다. 이제는 몽실언니같은 결말을 받아들일 독자는 없습니다. ..
낙서장 | 2008-08-05 03:20 하늘마을의 사랑 - 임나라/대교출판 절판된 동화집입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실정으로는 흔하지 않게 4쇄까지 나온 터라 이 분야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본 적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건너 건너 아는 사람에게는 '표지가 이쁜 책'이라고 듣기도 했습니다. 저와 인연이 매우 깊은 이 책을 처음 읽은지는 꽤 오래 됐습니다만 조금씩이나마 다시 읽을 때마다 느낌이 새롭네요. 아무래도 부모가 되어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전에는 아픈 주인공이 집에 혼자 있는 내용이 나오면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제는 그런 자식을 집에 남겨 두고 나가야 하는 부모의 심정이 읽힙니다. 그러고 보니 동화는 생각보다 현실적입니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각박한 현실이 동화 속에서 동화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오..
낙서장 | 2008-02-11 03:34 신자유주의시대의 사회상이 궁금하시다면 카오루 모리의 를 권해 드립니다. 엠마 Emma 8 - 카오루 모리 지음/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는 산업혁명시대의 메이드와 상류층 남자 간 사랑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의 본편과 작가의 후기에서 언급하듯이 이 시대에는 메이드와 상류층의 사랑 이야기가 인기있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TV 드라마 등의 매체에서 재벌과 서민의 사랑 이야기를 자주 다루는 것과 같은 맥락이겠지요. TV 드라마 시청 시, 머리에 쥐가 나는 증상을 보이는 저조차도 는 참 볼 만한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남녀상열지사라는 주된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당시의 시대상을 담담하게 보여주지요. 게다가 산업혁명시대의 참혹한 일면을 선동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절대 ..
낙서장 | 2008-02-03 14:27 라는 TV 프로가 여전히 인기다. 초창기 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 간혹 스타(?)가 나오면 어느 정도 사회적 화두가 되는 듯 하다. 물론 부모 사이에서. 어쨌든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이긴 하지만 프로그램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결국 라고 봐야 한다. 이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느낀 게 있다. 내가 바로 그런 달라져야 할 부모가 될 가능성이 너무 농후하다는 것이다. 딸래미 표정이 시무룩하면 뭐가 잘못 됐나 싶어 화들짝 놀라 얼른 안고 표정 헤아리기 바쁘다. 베이비 위스퍼 골드 - 트레이시 호그.멜린다 블로우 지음, 노혜숙 옮김, 김수연 감수/세종서적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베이비 위스퍼를 보고 '자, SLOW..
낙서장 | 2007-08-09 18:51 작성 / 2011-05-17 보완 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스티브 도나휴 지음, 고상숙 옮김/김영사 책을 읽은 지는 좀 오래 됐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적습니다. 갑자기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거든요. 좀 충격이었어요. '내가 뭘 하는 중이었지?' '지난 몇 달 동안 뭐 했지?' 그런 생각을 30분쯤 하는데 문득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 옆에 두었으면서도 다시 볼 생각을 못 했었네요. 이 책을 단순히 보면 사하라 사막을 건넌 기행문이지만 지은이는 컨설턴트로서 사람들에게 인생을 잘 살기 위한 도움말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무언가를 극복하기 위한, 지은이의 말에 따르면 산을 오르기와 같이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론은 많이 ..
사형제도의 옳고 그름은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에는 사형 당해서는 안 될 사람이 사형 당한 경우, 사형 당해도 좋을 사람이 사형 당하지 않는 경우가 모두 존재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습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일 정당한 권리는 오직 하나, 정당방위 뿐입니다. 물론 곁가지 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만 일단 그렇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정당방위로서의 사형의 범위는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개선의 여지가 없다 정도일까요? 이 방법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출소한 사이코패스가 재차 범죄를 저지를 경우 다시 잡을 때까지 수많은 인명이 살상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무조건 사형시키는 건 부작용이 크다고 봅니다. 우선 사이코패스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1975년 인혁당재건위 사건처럼 사법..
시크릿 론다 번 지음, 김우열 옮김/살림BIZ 이 책을 번역한 김우열님의 블로그를 평소에 보고 있어서 알게 됐는데 책을 보자마자 뭐야 이건 싶었습니다. 무슨 옛날 비전을 보는 느낌을 주려고 했는지 페이지 전체에 낡은 종이 배경이 인쇄됐기 때문입니다. 책 내용을 간략화 한 20여분짜리 동영상도 보았는데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되돌아 보게 됐습니다. 더불어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각오를 했고요. 머리로는 대충 알겠어도 실제로 저 비밀을 실행하려면 보통 의지가 아니면 힘들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 책 이전에 '끌어당김의 법칙'을 설파한 사람들이 꽤 많았지만 여전히 비밀로서 남아있겠지요. 한 번 읽어서는 속뜻을 모두 알기 힘들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더군요. 미래를 위해 현재를 긍정적인 ..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은행나무 우선 잘 읽히는 책입니다. 더 두꺼웠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사실 인물들은 그렇게 매력 있다거나 사랑스럽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주변에서 직접 보지는 못해도(1) 낯설지는 않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일본 만화를 좀 보셨던 분들이라면 그다지 생소하지 않은 꽤나 '전형적인 캐릭터'들입니다. 일본은 소설에까지 이런 인물을 등장시켜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놀랐습니다. 만약 강박 같은 괴로움에 지친 현대인을 세심하고 헌신적인 정신과 의사가 카운셀링하여 갱생시키는 내용을 기대하신다면 이 책을 읽으셔서는 안 됩니다. 이 '공중그네'의 의사 '이라부'는 자기가 즐거운 일이라면 무슨 수를 쓰든 하고 마는 무신경하고 자기중심적인 인간입니다.(2..
루루의 양말 - 세나 게이코 지음, 김난주 옮김/비룡소 세나 게이코 씨는 아이들의 마음을 정말 잘 압니다. 이제까지 세나 게이코 씨의 동화들은 모두 딸래미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자기 전에 자주 찾았어요. '루루의 양말' 이야기의 교훈을 굳이 언급하자면 물건을 아무 곳에나 놓지 말자 정도일 텐데요. 공자님 말씀처럼 아이에게 정리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정리해야 한다는 판단을 스스로 하도록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물론 저 같은 조급한 부모는 "거 봐! 양말을 아무 데나 두니까 잃어 버렸지!" 하며 교훈 습득을 강요하곤 해요. ^^ 그럴 때면 딸래미는 씩 웃어 넘깁니다. 역효과죠.
삼성을 생각한다 - 김용철 지음/사회평론 라는 책을 읽었다고 얘기하면 대체로 극과 극의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대단히 의식 있는 사람으로 보든가 무책임한 빨갱이로 볼 것이다. 실은 나쁘게 보는 사람들이 더욱 다양한 얘기를 한다.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든가 철이 없다든가 네 나이 때는 그래도 된다라든가. 실제로 직접 아는 사람들에게서 김용철이 배신자라거나 의인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그런데 굳이 그런 정의를 내릴 이유가 있을까? 김용철이라는 사람을 그러한 기준을 들어 대단하게 보지는 않았으면 한다. 선의로써 김용철이라는 개인의 소소한 행복을 위해서라도 그러길 바란다. 누군가들에게는 감히 삼성을 배신한 용서 받지 못할 빨갱이이겠지만 말이다. 애초에 이 책은 회고록이므로 저자의 시각을 염두에 ..
지식의 미술관 - 이주헌 지음/아트북스 활자에만 익숙한 이들이 그림이나 다른 미술을 접하고 싶을 때 읽으면 딱 좋을 책입니다. 친절한 선배가 이 그림은 그냥 그림이 아니라며 세세히 설명해 주고 차분히 감상해 보라고 격려해 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에는 예상보다 글이 많아 그림 보기 전에 머리를 너무 무겁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만 중반 이후에는 걱정을 놓았습니다. 애초에 책에서 언급하는 정도 이상의 메시지가 그림이나 다른 미술 작품에 녹아 있음을 절감하게 됐기에 이 만치 먼저 애기를 들어도 김이 새지는 않을 걸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미술 작품 또한 다른 예술 작품, 특히 책처럼 한두 번 읽어 끝내지 않고 곱씹어 봐야 할 존재인가 봅니다. 한눈에 들어 오는 그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