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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스포일러인 부부 이야기 - 애잔한 마음을 달래주는 영상

화제인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 막을 내렸어도 여운이 남아 가시길 않습니다. 수많은 감상평에 하나를 더 보탤까 하다가 달리 찾아봤던 이야기를 글로 남깁니다.

 

정조와 의빈 성씨가 나누던 대화 중에 '의가의실(宣家宣室 부부가 되어 화목하게 지냄) 의가지락(宜家之樂 부부 사이의 화목한 즐거움)'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옵니다. 정조는 의빈(宣嬪)이라고 빈호를 정한 연유를 설명하며 의가의실을 언급했습니다.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라 검색해 보니 흔히 쓰던 말이 아니군요. 반면, 의가지락은 꽤 쓰입니다. 덕임이 바라던 평범한 가정과는 비할 바 없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조선왕가의 부부가 의가지락을 언급해서 더욱 애잔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소설 원작은 아래 링크와 같이 이 장면을 묘사합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 5(완)

강미강 “첫 글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언제나 울림이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books.google.co.jp

 

이보다 더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건 저 둘이 시경국풍 제03 패풍(詩經國風 第三 邶風) 중에서 북풍(北風)을 읊는 장면이었습니다. 시경을 그저 공자가 편찬한 중국민요정도로만 알았는데, 이산과 덕임이 시 구절 구절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 더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북풍을 검색해 보면 번역문이 많이 나옵니다만, 서로 상충하는 글이 나올 정도로 검색결과가 혼란스럽습니다. 이럴 때에는 전문가를 찾아야죠.

 

다행스럽게도 사단법인 전통문화연구회의 '동양고전종합DB' 웹사이트에 상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동양고전종합DB

詩經選讀1 시경선독1

db.cyberseodang.or.kr

위 링크에서 '북문/북풍' 편을 보시면 박소동 강사님이 조곤조곤 해설하는 영상이 나옵니다. 중간즈음부터 '북풍' 시에 대해 다룹니다. 검색결과 상단에 나오는 글들보다 납득이 가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旣亟只且 부분을 웬만한 글에서는 [기극지차]라고 표기하는데, 且를 이 시에서는 '저'라고 발음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존 한자사전 - 한자 직접 입력으로 찾기 "且"

 

www.zonmal.com

저야말로 한자를 피하는 부류인데, 😊 어쨌든 旣亟只且에서 且는 '또 차'보다는 머뭇거리다는 뜻인 '저'로 발화해야 북풍 시 분위기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합니다. (머뭇거릴 ' 저' 자는 따로 있습니다.) 또한 其虛其邪에서 邪(간사할 사)는 徐(천천히 서)의 통가자입니다. '서'라고 발음해야 합니다.


북풍(北風)

北風其涼 (북풍기량)이며 / 북풍은 싸늘하고
雨雪其雱 (우설기방)이로다 / 눈보라가 치는구나.
惠而好我 (혜이호아)로 / 나를 사랑하는 이와
攜手同行 (휴수동행)하리라 / 손 잡고 떠나리라.
其虛其邪 (기허기서)와 / 머뭇댈 여유는 없어라.
旣亟只且 (기극지저)로다 / 급하게 되었구나.

北風其喈 (북풍기개)며 / 북풍이 세차게 불고
雨雪其霏 (우설기비)로다 / 눈보라가 흩날리네.
惠而好我 (혜이호아)로 / 나를 사랑하는 이와
攜手同歸 (휴수동귀)하리라 / 손 잡고 돌아가리라.
其虛其邪 (기허기서)와 / 머뭇댈 여유는 없어라.
旣亟只且 (기극지저)로다 / 급하게 되었구나.

莫赤匪狐 (막적비호)요 / 붉지 않다고 여우가 아니랴.
莫黑匪烏 (막흑비오)와 / 검지 않다고 까마귀가 아니랴.
惠而好我 (혜이호아)로 / 나를 사랑하는 이와
攜手同車 (휴수동거)로다 / 수레를 타고 함께 가리라.
其虛其邪 (기허기서)와 / 머뭇댈 여유는 없어라.
旣亟只且 (기극지저)로다 / 급하게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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