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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조직에서는 개인역량이 권력유지 여부를 좌우한다. 운과 무관하지는 않지만, 카리스마든 지식이든 역량이 있는 사람이 발언권과 주도권을 가져가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며 권력자가 지닌 역량이 퇴색해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역량이 막강했다면 영향력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막강한 역량은 권위로 남아, 차기실세가 자기권력이 안정하길 바라서라도 이전 권력자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역량이 사그라든 이전 권력자가 주제를 망각하여 차기 권력자를 모욕하면 겨우 남은 권위가 부정 당하기 십상이다.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3대오물 중 1인인 무다구치 렌야. 임팔 작전 하나로 부하 8만 명이 개죽음 당하게 했다. 여러 망언 중 "일본인은 원래 초식동물이다. 이렇게 주변에 푸르른 풀들이 한가득 자라나 있으니까, 식료가 부족할 일은 없다."가 특히 악명을 떨쳤다.

반면 수 백명이 넘든지 하는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기 힘든 큰 조직에서는 유독 무능력자가 권력을 유지하는 일이 잦다. 대개 번잡할 수 밖에 없는 권력자라는 위치는 자극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쉴 틈이 적다. 부정적인 의미의 정치가 횡행하며 권력을 쟁탈 대상으로 보는 조직에서 권력계층은 사방팔방 눈치를 보느라 각종 인맥에만 몰두하여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

 

나이 들어 힘이 떨어지는 권력자는 어떻게 될까? 조직이 겪는 온갖 변화가 자극적으로만 여겨져 피하고 싶어하는 게 태반이다. 자극에서 떨어지고 나면, 점점 더 보수적으로 변하며 결국은 멍청해진다. 천수를 누리는 권력자는 대체로 체력이 강하다. 노구에도 자극을 피하지 않고 견뎌낸다.

 

그런데 그리 뛰어나지 않은 권력자가 오래 가는 모습이 꽤 자주 보인다. 관성이 붙어 쉽게 멈출 일이 없는 큰 조직일수록 그렇다. 독과점기업이나 정부 공공기관 같이 관료체제를 갖춘 곳이 그럴 때가 많다. 실행조직은 권력자가 어떤 진의를 가졌는지 눈치 보고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며 실제로도 권력자의 의사결정이 조직에 생기를 불어 넣는 듯 보이는 사례가 나온다.

 

어쩌다 이렇게 굴러가고 있을까? 꽤 오랜 세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망가진 채로 권력자만이 조직이 가진 전체역량을 이어 붙일 수 있어서이다. 망가진 거대조직에서 마냥 행복한 권력자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대신 좀 더 싸우기를 바란다. 적극적으로 건강한 움직임을 밟아 없애며 본을 보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당연히 음지에서 뒷말은 오가겠지만 죄다 의사결정 시점을 지난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권력자는 계속 음험한 권력을 유지한다.

 

단기간에 이렇게 되기는 힘들다. 승진과 해고를 포함한 일상적인 상벌체계가 조직문화로 굳어져야만 한다. 탐욕적인 권력자가 느끼기에는 정보를 독점하는 상황이 즐거울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러한 권력체계가 조직이 존속해야 하는 취지를 얼마나 충족하는냐이다. 시장을 망가뜨리고 세금을 낭비하는데도 보스 놀이를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어르신을 자처하거나 희망하는 자들이 보스 놀이를 멈추게 하려면, KPI를 위시한 상벌체계를 공람하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체 무슨 이유로 그 자리를 계속 유지하는지 증명할 수 있어야 권력이 정당함을 지키게 된다. 모든 조직이 이럴 필요는 없다. 국가 인프라를 위시하여 자원을 많이 쓰는 대기업과 공공기관부터 우선순위에 둘 만하다. 꼭 감사를 받야만 하지는 않다고 본다. 공개하는 게 관건이다. 그렇게 하면 NGO와 공공기관과 주주가 본다. 배임으로 이어지는 무능을 감지하기에 좋겠다. 무능과 배임을 두고 보지 않을 감시자가 생기면 조직은 훨씬 건강해진다. 초기혼란은 불가피하지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음험하기 짝이 없는 어르신 흉내는 사라지며 어느새 조직과 사회에 만연했던 낭비는 크게 줄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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