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적에는 '공처가'라는 어휘가 흔하게 쓰였다. TV 방송에도 코미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오로지 공처가라서 일찍 들어가고 밥 짓고 설겆이 하고 애를 업고 빨래하며 청소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는 시절이었다. 친구나 동료의 놀림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2015년 현재에도 여성 인권이 무참할 때가 태반인데, 내가 어렸을 적인 팔구십년대는 다들 미쳐 돌아가던 시대였다. 그 시대가 얼마나 정신 나간 시대였냐 하면, 부인 기를 죽여야 결혼생활이 편하다며, 주변 남자들이 새신랑에게 아내가 잘 때 몰래 물을 뿌려 오줌을 싼 걸로 착각하게 하여 협박의 꼬투리를 잡으라는 소재가 TV 프로그램에 자주 나왔다. 눈이 시퍼렇게 멍든 아줌마 서넛이 나와서 푼수짓을 하다 남편에게 눈두..
D.P 개의 날 http://www.lezhin.com/comic/dp데뷔 첫해 2014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한 의 김보통 작가의 신작! 대한민국 국군 900명당 1명 꼴로 매달 60명이 탈영병이 발생한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그들을 잡으러 간다. 나는 D.P다. 돌이켜 보니, 일반 직장사회로 치면 대리도 못 되는 것들이 기고만장하여 병장이니 왕고니 하며 어르신 흉내를 낸 셈이다. 폐쇄사회 안에서 제정신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 이십 대에 스스로를 카리스마 보스 따위로 착각하기는 쉽다. 다만, 그 착각을 흑역사로 부끄러워 하는지 전성기로 자랑스러워 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군대 왕고 때에 후임들이 꺼뻑 죽던 시절을 전성기로 여기기보다는 다른 쪽에서 새로 왕년의 자랑거리를 만드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