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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맛과 자기 성찰

wizmusa 2009. 4. 6. 13:07
 뭔 고민이 그리 많았는지 나를 닫고, 아니 느낌을 닫고 살았던 적이 있다. 노력을 했지만 음식 맛도 모르고 옷 색도 모르고 그냥 지냈다. 어느 샌가 다시 소통하게 됐고 '아, 이게 이런 맛이구나.', '이거 완전 거지 꼴인데?' 하는 생각을 하며 지금까지 살아 왔다.

 커피나 녹차를 마실 때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다들 다른 맛인데 분간을 못했다. 아니 분간할 생각조차 못했다. 그러다 역시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는 '이게 태운 듯한(볶은) 맛이구나.', '이건 정말 향이 좋은데?', '방향제맛 같다.' 등을 느끼게 됐다. 아직도 인스턴트 커피는 백설탕 맛 밖에 못 느끼지만 요즘은 의식적으로 맛을 분간하려고 노력한다.

 나를 돌이켜 보고 다시 주위를 둘러 보니, 고통을 피하기 위해 부분적으로나마 무감각해지는 사람이 좀 있었다. 해 봐서 하는 말인데,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악영향을 주는 아주 나쁜 방법이다. 물론 수술의 고통을 잊게 하는 마취제처럼 아주 잠깐 쓰는 정도는 괜찮다고 본다. 한 달을 넘지 않는 게 좋겠다.

 물리적인 무감각이 아닌 이상,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면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닫지 않았을까 살피는 게 좋다고 본다. 오늘 부로 감각을 닫겠다는 선언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고 나도 모르게 감각을 닫는 게 일반적이지 않겠는가? 닫고 사는 건 결코 행복하지 못함을 경험자로서 단언한다. 얼른 스스로 원하는 대로 감각을 열길 바란다. 맛보기는 자신을 성찰하고 다시 감각을 열기에 아주 쉬운 방편일 것이다. 조급하지만 않으면 된다.

 앞서 굳이 차와 커피를 언급했던 이유는 소소한 맛과 향을 구분하기에 있어 난이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감각을 닫았다 해도 미각을 잃은 장금이마냥 단 맛, 짠 맛을 구분하지 못했던 정도는 아니었다. 맛 구분하기는 너무 쉬워도 단련의 효과가 미미하고 신세계와 구세계를 넘나드는 맛을 판별하기는 시작할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 반면 차나 커피는 맛의 차이가 정말 미묘해서 구분해 내는 게 즐겁다. 와인 같은 술도 효과는 비슷하겠지만 일과 중에 마실 수는 없는 노릇이니 차 종류가 적당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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