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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내 인생의 사막 건너기

wizmusa 2011. 5. 17. 09:02
낙서장 | 2007-08-09 18:51
작성 / 2011-05-17 보완

 

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스티브 도나휴 지음, 고상숙 옮김/김영사

책을 읽은 지는 좀 오래 됐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적습니다. 갑자기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거든요. 좀 충격이었어요.

 '내가 뭘 하는 중이었지?'
 '지난 몇 달 동안 뭐 했지?'

 그런 생각을 30분쯤 하는데 문득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 옆에 두었으면서도 다시 볼 생각을 못 했었네요.

 이 책을 단순히 보면 사하라 사막을 건넌 기행문이지만 지은이는 컨설턴트로서 사람들에게 인생을 잘 살기 위한 도움말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무언가를 극복하기 위한, 지은이의 말에 따르면 산을 오르기와 같이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론은 많이 나와 있지만 사막을 건너기와 같이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흐름의 연속인 삶을 사는 방법론은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전산쟁이로서 부연하면, 시스템 통합(SI)은 산을 오르기에 비견할 만하고 시스템 유지보수(SM)는 사막을 건너기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이따금(?) 사막을 건너는 것같은 프로젝트가 보여서 안타깝습니다만.

 사실 고전을 잘 뒤져보면 좀 나오기는 하겠지만 친숙한 '일상의 삶을 잘 살기 위한 방법론'은 여간해서는 찾기 힘들더군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기억 나시는 게 있으면 댓글 좀 남겨 주세요.

 이 책의 요점은 차례를 훑어 보면 바로 나옵니다. 하지만, 요점만 봐서는 체득이 안 됩니다. 지은이가 그랬듯이 친절한 안내자와 함께 실제로 사막을 한 번 건널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한 번 건너서는(읽어서는) 체득이 안 되네요. 몇 차례 더 건너 봐야겠습니다.
  1. 지도를 따라가지 말고 나침반을 따라가라.
    나침반은 길을 잃었을 때 방향을 찾아 주고, 더 깊은 사막으로 이끌어 주며, 목적지보다 여정 자체에 집중하게 해 줍니다. 우리가 지구본, 네비게이션에 익숙해서 그렇지 실제 삶에서는 지도가 불분명하거나 너무 옛날 것이라 마냥 믿을 만한 물건이 못됩니다. 가족과의 삶 같은 내면의 나침반을 정하고 가야 지도와 맞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주저 앉지 않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물론 새 나침반을 찾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나침반이 맞지 않으면 바꾸는 도리 밖에 없겠지요. 이런 경우, 눈높이를 낮춘다든가 방황을 해 보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목적지만이 아닌 여정 자체에 의의가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2. 오아시스를 만날 때마다 쉬어가라.
    사막에서는 오아시스를 만날 때마다 쉬는 게 불문율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조차 지탄의 대상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휴식을 용납하지 않는 문화에서 살지요. 정시에 퇴근했다가는 눈총을 받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불학무식한 짓입니다. 기력을 회복하고 여정을 되돌아 보고 정정하며 다른 여행자와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서는 꼭 오아시스에서 쉬어야 합니다. 사막 사람들은 더 많이 쉴수록 더 많이 간다고 합니다. 이 일을 마친다 해도 이 프로젝트가 끝난다 해도 시간은 나지 않습니다. 시간은 내는 것이지 나는 것이 아니더군요. 더불어 오아시스에 보호 벽을 쌓거나 지도에 없는 오아시스를 찾아야 합니다.
  3. 모래에 갇히면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라.
    도로가 끊긴 사막을 운전하다 프슈프슈(feche-feche)라고 불리는 부드러운 모래에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다고 합니다. 인생의 전 여정에 있어 한두 번 포장도로가 끊기거나 모래에 빠지는 불가항력적인 경험은 드물지 않은 편입니다. 도로가 끊기는 거야 어쩌지 못할 일이고 모래에서는 빠져 나와야 하지요. 그런데 프슈프슈 같은 모래에서 빠져 나오려면 무턱대고 밀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가속페달을 밟아 봐야 더욱 빠져들 뿐이고요. 이 때 타이어의 바람을 빼면 바닥에 닿는 면이 넓어져 모래 위로 나가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타이어의 바람을 빼는 행위를 겸허함이라고 부릅니다. 체면치레를 하느라 하지 못했던 남의 충고 듣기,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기 등도 겸허해지면 가능하다고 하네요.
  4. 혼자서, 함께 여행하기.
    자동차를 타고 사막과 같은 극한 환경을 여행할 때는 자동차가 고장나기 십상이라고 합니다. 한 일행이 두 대 이상의 차를 몰고 갈 때 차 한 대가 고장날 때마다 다른 차도 기다려주면 도무지 진도가 나지 않습니다. 일단 멀쩡한 차는 계속 운전하여 해 지기 전에 저녁과 잘 채비를 해서 기다리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동료 여행자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가는 걸 '혼자서, 함께 여행하기'라고 불렀답니다. 독불장군처럼 살 수만 있다면 참 깔끔하겠습니다만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도움 청하는 걸 어려워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다 해도 때로는 은자처럼 혼자 성찰하는 것 또한 좋습니다. 역시 '혼자서, 함께 여행하기'입니다.
  5. 캠프파이어에서 한 걸음 멀어지기.
    사막의 밤이 생소하다고 캠프파이어의 불에만 의지하면 밤하늘의 별을 보지 못하며 스승이자 전문가이자 길잡이가 되어 줄 유목민을 만나지 못하게 됩니다. 변화가 필요할 때 이러한 유목민을 만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몸을 숙여 장애물을 피하는 등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락함에서 떨어져 낯선 유목민을 쫓아갈 용기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6. 허상의 국경에서 멈추지 말라.
    사막을 자유로이 오가는 유목민에게 국경선은 허상에 불과하지만 우리 중 대다수는 그 허상의 장벽에 구애를 받습니다. 고향을 떠나면 부모님이 슬퍼할까 두려워 도리어 자신의 활력을 죽이는 류의 일은 흔하다면 흔한 편입니다. 무리하게 국경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허상의 국경선에서는 멈추지 않고 최대한 빨리 지나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허상이라 할지라도 보초와 실랑이를 벌이면 불리합니다. 친구가 격려해 준다면 정말 좋겠지요. 이제 진정한 국경선까지 가야 합니다.

 진정한 국경선에 도착하면 지금까지 따르던 나침반이 계속 적절한지 판단해야 합니다. 사막이 끝났는데도 타성에 젖어 계속 따라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물 샤워로 몸을 쉬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하고요. 충분히 쉬었다면 또 다른 사막으로, 또 다른 이정표를 지나며 가야 하겠습니다. 계속. 정말 끝날 때까지.

 참, 이 책에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막 사막에 가고 싶어져요. 부작용을 감내하실 분들만 읽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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